[42]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사진/글:이병률
펴낸곳: (주) 비채
초판 1쇄발행: 2012.06.24
초판 1쇄발행: 2012.07.01
끌림(http://alnova2.tistory.com/570)에 이은 이병률의 여행 산문집이다.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라는 것..
"일상에서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게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나서의 시간은 순순히 내 말을 따라준다. 사실 여행을 떠나 있을때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 쪽이지 않은가."
여행은 자기와 마주하며 온전히 자신과 모르는 세상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 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가고 있는 거지."
"하루에 한번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식물의 키를 살펴보는 일, 창문밖 까치집을 올려다보며 안부를 묻는 일, 뜨거운 흰쌀밥에 마치 동물처럼 코를 묻고 킁킁대는 일. 그 모두가 나의 결핍을 어루만져주리라 확신하면서 말입니다."
여행은 삶의 모습들을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아 평범한 실내의 공기. 실내의 온기. 주인인듯한 어르신이 힐끗 나를 쳐다본다. 나는 한동안 서서 안을 두리번거린다. 여기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그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낡은 신발을 휴지통에 버리려 하는데 당신이 말했다. 거기 한쪽에 두고 가, 그냥 내가 바라보게.."
"순간일 수도 있지만 영원일 수도 있는 것이고, 영원도 어느 한순간 토막이 나기도 하려니 그렇게 지금 당장 마음 가는 대로만 마음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언젠가 내가 찍은 사진이 (비록 내 눈에만 그렇겠지만) 아름답게...그리고 그 피사체의 신비로움을 담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날 이후로 길가에 피어 있는 꽃 하나..나뭇잎 하나에도 멈추어 바라보고..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그럴 때가 있었다.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게 가장 두려울 것 같았고, 그것을 어떻게 해보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실명하는 것, 나는 여전히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두렵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수 없다는 것..
"사람이 사람에게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건 사랑이 어디론가 숨어버려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걸 만지고 싶어서일 텐데. 그걸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게 아니라, 그냥 만지고 싶은 걸 텐데. 갖으려는 것도, 삼켜버리는 것도 아닌, 그냥 만지고 싶은거."
"내가 앓고 있는 것이 당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에 미쳐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보라색을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한다. 만약 누구든 그 찬란했던 기억을 보관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고체이든 액체이든 혹은 기체이든 그것은 보랏빛일 거란 생각을 한다."
여행은 또다른 목마름을 남긴다.
"단 한번 여행을 떠난 것뿐인데 이토록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여행도 있는 거라고."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 것도 아닌 상태였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
삿포로에 갈까요?